" 사회에서 버려지는 약자나, 성소수자, 노동자 그리고 야생동물들이 떠오른다. 약자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과정은 돌에서 별을 찾는 과정과 닮았다. "

권도연, <고고학 The art of shovel>의 아카이브, 2015, 사진, 40x50cm

권도연, <고고학 The art of shovel>의 아카이브, 2015, 사진, 40x50cm

<고고학 The Art of Shovel>은 권도연이 산책을 하다가 개가 관심을 갖는 땅을 무작정 파는 행위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사물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나, 그는 이를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권도연은 사물의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땅에 퇴적된 사물의 여러 가능성을 탐색한다. 사물의 새로운 기능을 찾기 보다는 그 자체를 관찰한다.

<고고학> 의 시작점인 '용도를 상실한 버려진 사물들의 내세'를 주목하게 된 계기나 스토리가 무엇인가요?
어떤 사물은 지옥의 무언가 같고 개는 지옥의 수문장 같고... 그런 맥락에서 사물의 내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썩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는데요. 인식의 대상이 생명체든 생명체가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들을 인식하는 상대방의 정서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대상을 대할 때 내가 느낀 감정들이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감수성에 따라 그 세계를 상상할 실마리가 됩니다. 귀여움은 무엇을 바라볼 때, 감수성으로서 다시금 들여다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런 감정으로 대상의 내세,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고고학> 사진 작업에 대해, "다들 돌로 보시는데 사실 무입니다" 라고 말씀하신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품에서 무로도, 스티로폼으로도 보이지 않는데, 대상을 찍을 때, 의도적으로 다른 사물처럼 보이도록 촬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사물을 볼 때 유심히 보지 않습니다. 무의 형태를 생각하고 언어적인 감각에 의존해서 바라보죠. 언어적인 감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개념어 사전'이라는 작업은 단어에 딸려나오는 부수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던 작업이고, 고고학은 반대로 사물을 뜯어서 나오는 언어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대상을 맥락에서 벗어나 다르게 찍으려고 노력했어요. 또한, ‘빛’을 실험하고, 지옥에서 온 사자처럼 보이고 싶었습니다. 생동감을 상상하면서 찍었죠. ‘고고학’이라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외국 작품들의 사례를 찾아본 후 최대한 배제하면서 작업했습니다.

― '흑백 사진을 촬영하는데에 익숙하다'고 말씀 해주셨는데, 사진이라는 매체가 본인과 잘 맞는지,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궁금합니다.
흑백사진을 찍는 것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회화 작가의 표현법에서 어떤 컬러에 의미를 담는 것처럼, 사진은 컬러와 흑백 둘 중에 선택을 하죠. 단순하게 흑백을 선택해서 익숙해졌고, 그것이 매력적이라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요. 흑백으로 표현할 때 적합한 날씨, 빛, 프로세스 등이 재미있어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컬러 사진에는 흑백처럼 풍부한 톤이 없어서 답답해요.

권도연, <고고학 The art of shovel>, 2015, 비디오 도큐멘테이션, 5분 5초

권도연, <고고학 The art of shovel>, 2015, 비디오 도큐멘테이션, 5분 5초

― <고고학> 에서 강아지들에게 사물의 선택권을 넘긴 이유가 무엇인가요?
<고고학>은 10년 전에 작업했는데요, 그 당시에는 풍경, 대상의 의미를 정하고 그에 따라 대상의 의미를 정박하는 사진 작업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물의 선택권을 강아지들에게 넘긴 것입니다.

― 사람보다 사물이나 동물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진 작업은 눈으로 하는 명상이라고 생각해요. 대상을 들여다보고, 정신적으로 공명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그런 경험이 없어요. 또한 '인용의 폭력'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어떤 글에서 앞뒤 문맥을 빼고 인용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신문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사진 역시 폭력적인 매체가 될 수도 있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권도연 작업실 전경

― 전시명처럼,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돌에 갇힌 별'은 무엇인가요?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들이 떠올라요.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들도 떠오르고요.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돌을 깨야 하죠. 아름다움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약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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